동행 제577화
<우렁각시 시연이의 도시락>
2026년 10월 3일(토) 18:00~18:55 KBS 1TV




열세 살 시연이가 도시락을 싸는 이유
오늘도 시연이네 빨랫줄은 마를 날이 없습니다. 매일 아침 시연이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기저귀를 갈고, 목욕까지 도맡아 하면서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습니다. 시연이가 두 살, 오빠 덕진이가 세 살 때 집을 나간 엄마 대신, 애지중지 키워주신 할머니의 사랑을 당연히 돌려드리는 것뿐이라는데. 희소병인 ‘윌슨병’으로 인해 언어와 행동 장애를 앓고 있는 아빠를 위해 시연이가 가장 정성을 쏟는 것이 바로 도시락입니다. 아픈 몸으로 가족을 위해 야간 근무까지 나가는 아빠가 늘 눈에 밟히기 때문입니다.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아빠가 걱정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도시락을 쌌다는 시연이는 밤새워 일하고 돌아온 아빠가 고생하지 않도록 등교 전에 할머니의 점심 도시락을 싸두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시연이의 최대 고민은 ‘오늘 반찬 뭐하지?’입니다.


희소병 아빠의 무거운 어깨
해병대에 입대할 만큼 건강했던 아빠는 제대 후 공장에서 일하던 중,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통증이 찾아왔고, 구리가 배출되지 못하고 간과 뇌에 쌓이는 ‘윌슨병’을 진단받았습니다. 그때 나이 고작 스물아홉. 말할 수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게 된 아빠는 죽을 결심으로 고향에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한겨울에도 조개를 캐며 병원비를 댄 어머니의 헌신과 시(詩)를 쓰며 절망을 이겨냈습니다. 이 시가 인연이 되어 사찰의 문화유산 안전 경비원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희망을 되찾으며 베트남 아내와 결혼해 소중한 남매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집을 나가 이혼을 요구한 아내로 아빠는 또 한 번 절망했지만 첫째 덕진이는 어머니에게 맡기고, 시연이를 품에 안고 일터로 향하며 악착같이 힘든 세월을 버텼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지금도 쉬는 날이면 인력 사무소를 찾지만, 불편한 몸 탓에 다시 불러주는 곳은 없습니다. 그러다 조바심에 사기와 보이스 피싱까지 당해 결국 개인 회생을 신청한 상황. 부족한 자신 때문에 아이들만 고생시키는 것 같아 아빠는 가슴이 무너집니다.


진흙 속에서도 연꽃처럼 피어날 희망
학교 수업이 끝나면 비장한 각오로 어딘가로 향하는 시연이는 3개월 전부터 미용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빨리 돈을 벌어 아빠에게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에 결정한 진로는 헤어 디자이너입니다. 학원비와 재료비를 아끼려면 한 번에 자격증을 따야 하기에 매일 가장 늦게까지 남아 연습할 만큼 열심입니다. 더욱이 올해는 아빠가 남의 땅을 빌려 심은 들깨와 고구마 농사도 망해 더 속상한 시연이는 아픈 몸에 해로운 제초제를 뿌릴 수 없어 들깨는 풀밭이 된 데다, 고구마는 멧돼지 습격에 수확할 것조차 없습니다. 아빠는 아이들 학원비와 교통비, 치매 어머니 기저귓값 걱정에 한 푼이라도 더 벌려다 작년 겨울 보이스 피싱까지 당한 상황이라 그 간절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연이는 아빠가 안쓰럽고 미안할 뿐이다. 그래서 더욱더 하루라도 빨리 시연이는 어른이 되어 돈을 벌고 싶다고 합니다. 아픈 아빠를 지켜주고, 엄마를 대신해 준 할머니도 온전히 보살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연이는 진흙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오늘도 희망을 틔우는 중입니다. 아빠와 할머니의 건강만을 비는 시연이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세요.
아빠와 할머니의 건강만을 비는
시연이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세요♥

